[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따로 살게 된 후에도 용돈을 주고 집안일을 해주러 온 어머니를 폭행해 숨지게 한 아들이 2심에서 징역 26년을 선고받았다. 1심에 비해 징역형이 4년 더 늘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형사2부(부장 설범식)는 최근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50대 남성 A씨에게 징역 22년을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징역 26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9월 자신의 집에서 어머니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2022년 9월부터 가족에게 주거지를 나가라고 행패를 부리기 시작해 결국 따로 살게 됐다. A씨의 모친과 친형은 다른 곳에 거처를 마련한 뒤에도 A씨의 주거비용을 부담했고, 모친은 한달에 1~2번 정도 A씨 주거지를 방문해 용돈을 주고 집안일도 해주었다.
법원은모친은 지난해 9월 평소대로 A씨를 보살피기 위해 방문했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판단했다. A씨의 범행 목격자가 없고, A씨 또한 재판 내내 범행을 부인했으나 간접 증거를 바탕으로 유죄가 인정됐다.
A씨 거주지 앞을 비추는 폐쇄회로(CC)TV에는 당일 오전 10시께 모친이 거주지에 도착하고, 12시께 주거지 앞을 청소하는 모습이 담겼다. 그러나 모친은 그후로 CCTV에 등장하지 않았다. 12시께부터 걸려오는 전화와 문자메시지도 확인하지 않았다.
사건은 모친이 집에 방문하고 4일 뒤 친형이 A씨의 거주지를 찾으면서 드러났다. A씨의 거주지에 도착한 친형은 집안에 모친이 쓰러져 있는 사실을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친형이 도착했을 당시 A씨는 안방에 누워있는 상태였다.
A씨는 출동한 경찰에게 사망한 모친이 “어머니가 아니다”라는 취지로 답했다. 1차 경찰 조사에서는 자신이 피해자를 때렸다고 진술했으나 이후에는 줄곧 살인을 저지른 적이 없으며, 피해자는 자신의 모친이 아니라고도 주장했다. 부검 결과 등에 따르면 모친의 사망 원인은 ‘외력에 의한 다발성 갈비뼈 골절로 발생한 호흡부전’, 즉 타살이다.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22년을 선고했다. A씨측은 살인을 한 사실이 없다며 항소했고, 검찰측은 형이 지나치게 가볍다며 항소했다. 검찰은 1심에서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2심 재판부는 A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 26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사건의 피해자는 노인의 몸으로 요양보호사 등으로 일하며 어렵게 생계를 꾸려가면서도 사회와 단절된 상태를 유지하며 무위도식하는 50대 아들에 대한 부양까지 도맡은 모친”이라며 “피고인은 이유없이 폭언·폭행을 일삼다 급기야 갈비뼈 대부분이 부러지고 다량의 피를 토할 정도로 피해자를 반복적으로 폭행해 살해했다. 패륜의 정도가 극에 달했다”고 했다.
이어 “혼신의 힘을 다해 부양해온 아들인 피고인으로부터 참혹한 폭행을 당해 생명을 잃게 된 피해자가 느꼈을 정신적 충격은 이루 헤아릴 수 없어 보인다. 피고인의 형이자 피해자의 유족은 수사기관에 엄벌을 원한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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