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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숙한 화장품의 몰랐던 진실이 여기에”…‘뷰티과학자의 집’ 가보니 [언박싱]
올해 10월까지 북촌 뷰티과학자의 집 전시
아모레퍼시픽의 70년 연구 역사·현장 재현
실제 연구원과 나누는 화장품 이야기 ‘매력’
3일 서울 북촌 뷰티과학자의 집에서 진행한 화장품 클래스에서 아모레퍼시픽 R&I 센터 소속 연구원(흰색 가운)과 관람객이 화장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희량 기자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제품 하나당 1~2년, 설화수 제품은 개발까지 3년이 걸렸습니다. 화장품은 감성과 이성(과학)이 만나는 산업이라 생각합니다. 저희는 이 ‘화장품 레시피’를 만드는 사람들이죠.”

지난 3일 서울 북촌 뷰티과학자의 집에서 흰색 가운을 입은 김상헌 연구원이 자신을 소개했다. 김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 R&I센터에서 9년째 화장품을 개발 중이다. 그는 연구원의 역할부터 화장품 산업 특성, 피부 이론을 소개하며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를 전했다.

클래스에 참여한 박종희 연구원은 “병원 10곳에서 임상 실험한 에스트라는 병원에서 판매를 시작했는데 초창기는 인지도가 적어 속상했다”며 “지금은 누군가 ‘나 이것만 쓰잖아’라고 말하며 추천할 때 자식이 상 받는 것 같은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음식처럼 화장품도 갓 나온 제품이 효능이 좋다”며 “같은 제품도 공식 홈페이지에서 사면 제조일이 가까운 걸 살 수 있다”는 구매 팁도 전했다.

뷰티과학자의 집 지하 공간에 붙어 있는 연구원과의 QnA 코너. 김희량 기자

현장에서는 진단 기기를 통해 참가자 피부의 피지・수분 등 상태를 확인하는 시간도 이어졌다. 동시에 평소 궁금했던 피부와 화장품에 대한 질의응답이 오갔다. ‘이미 많이 탄 피부가 화장품으로 회복 가능한지’처럼 고객 질문이 대부분이었지만, ‘화장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무엇인지’ 같은 연구원의 질문도 역으로 이어졌다. 클래스가 열리는 지하 벽면에는 ‘전공이 무엇인지’, ‘연구원의 피부관리법’ 등 포스트잇에 연구원들이 손수 작성한 답변이 달려 있었다.

북촌 뷰티과학자의 집은 아모레퍼시픽이 지난해 연 ‘조향사의 집’에 이어 준비한 기획전이다. 아모레퍼시픽 연구소인 R&I센터는 1954년 업계 최초 설립돼 70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현재 520여 명의 연구자들이 일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R&I센터는 70년의 연구 역사를 갖고 있다. 김희량 기자
뷰티과학자의 집에서 박종희 수석연구원이 R&I센터 도서관에서 가져 온 화장품 관련 전문 서적들을 소개하고 있다. 오른쪽은 입사 시 연구원들이 제출한 실제 논문들이다. 김희량 기자

K-뷰티 열풍 속에서 국내 인디브랜드는 1만개가 넘지만, 생산업체는 약 7%에 불과하다. 아모레퍼시픽은 자체 생산 및 연구 능력을 보유한 국내 대표 화장품 회사의 기술력을 가감 없이 공개했다.

전시를 기획한 박 수석연구원은 “동백 추출물의 항노화 성분을 발견할 때 500번 넘는 실험을 거치는 등 제품 뒤 연구원들의 노력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면서 “소비자를 직접 만나 자식 같은 화장품을 둘러싼 날것을 이야기하고, 소비자 반응을 듣고 싶었다”고 했다.

뷰티과학자의 집에서 박종희 수석연구원이 외국인 방문객에게 레티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희량 기자

전시장 1층의 핵심 공간은 연구원들의 서재와 연구실이다. 용인 기흥구에 있는 아모레퍼시픽 R&I센터 도서관의 의학, 약학 등 서적 수백권이 꽂혀 있었다. 연구원들이 입사 시 필수로 내야 하는 논문을 모은 코너도 있다.

스킨케어 연구실을 재현한 같은 층 뷰티랩에는 연구용 쉐이커 기계, 시험관 등 실제 도구들이 눈에 띄었다. 박 연구원은 숟가락으로 비커에 있는 화장품을 바르며 “연구원들은 테스트하는 왼쪽 손등 피부가 제일 좋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고 했다.

뷰티과학자의 집에서 박종희 수석 연구원이 연구에 따라 지속력이 높아진 파운데이션을 비교해 보여주고 있다. 김희량 기자
아모레퍼시픽이 진행한 피부 연구 예시. 김희량 기자

2층은 세계인들의 피부톤을 연구한 결과와 색깔별 메이크업 제품을 전시한 공간이다. 한 연구는 15개국 7743명의 여성의 뺨 피부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아모레퍼시픽은 미국, 일본, 중국, 프랑스 등 해외에도 연구소가 있다. 현지 고객의 피부를 조사해 국가별 피부에 맞는 제품을 개발한다. 같은 파운데이션이라도 연구에 따라 발색력과 밀착력이 어떻게 변화됐는지 확인할 수 있다.

전시는 올해 10월까지 운영된다. 네이버 사전 예약을 통해 연구원이 진행하는 화장품 클래스와 멘토링, 공간 기획자와의 만남 등을 체험할 수 있다.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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