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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밀리터리 남성복’ 브랜드가 젠더리스 옷을 만든 이유? [언박싱]
무신사 ‘25 SS 시즌 프리뷰’ 행사장 가보니
다음 시즌 제품 투표 통해 출시 여부 결정
280개 신제품 공개…해외 바이어 연계도
무신사 ‘25 SS 프리뷰’ 행사가 열린 성수동 무신사 스퀘어 성수4 전경. 김벼리 기자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지난 30일 찾은 서울 성수동 ‘무신사 스퀘어 성수4’. 내년 SS(봄·여름) 출시 예정인 신제품이 진열돼 있었다. 그중 로브 가운이 연상되는 하늘하늘한 회색빛 외투가 눈에 띄었다. 남성용인지 여성용인지 가늠할 수 없는 이른바 ‘젠더리스(성의 구분을 없앤)’ 패션이다.

이 옷을 만든 브랜드 펜필드(PENFIELD)는 ‘밀리터리 워크웨어’ 제품을 만드는 패션 브랜드다. 남성성 짙은 아우터가 주력 제품이다. 브랜드 이미지와 정반대의 제품을 실험적으로 선보인 것이다.

펜필드가 이런 색다른 시도를 할 수 있던 것은 무신사의 ‘시즌 프리뷰’ 행사 덕이다. 시즌 프리뷰는 무신사 입점 브랜드가 다음 시즌에 선보일 제품을 선공개한 뒤 고객들의 투표를 거쳐 생산·발매 여부를 결정하는 행사다. 2023년 9월 처음 선보인 뒤 이후 매년 2번씩 시즌 프리뷰 행사를 열고 있다.

무신사 ‘25 SS 프리뷰’ 행사장 내부 모습. 김벼리 기자

내년 봄·여름 신제품을 대상으로 한 ‘25 SS 시즌 프리뷰’ 행사가 30일 성수동 무신사 스퀘어 성수4에서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이번 행사에는 28개 브랜드에서 100여 개의 신제품을 최초로 전시했다. 저번 행사에서 6가지의 세부적 키워드를 제시했던 것과 달리 이번 행사에서는 ‘젠더리스 리조트’라는 하나의 콘셉트만 제시했다.

이날 오후 행사장에 들어가니 무신사 관계자가 손바닥보다 작은 하얀색 카메라를 건넸다. 카메라를 들고 행사장을 돌면서 마음에 드는 시즌 프리뷰 제품 사진 5장을 찍고, 제품 태그에 인쇄된 QR코드를 핸드폰으로 인식해 코멘트를 하나 이상 달면 경품을 제공하는 행사였다.

눈에 띄는 스니커즈에 달린 QR코드를 핸드폰으로 인식하니 해당 제품이 소개된 무신사 페이지가 떴다. ‘발매 좋아요’를 누르고 별점을 매긴 뒤, 가격이나 디자인, 색상, 크기 등에 대한 개선 사항을 적은 뒤 피드백을 남겼다.

이런 식으로 행사 기간 취합한 소비자들의 반응을 보고 각 브랜드는 제품 출시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지난 2월 진행한 ‘24 FW(가을·겨울) 시즌 프리뷰’ 행사에서는 34개 브랜드에서 280여 개 신제품 디자인이 공개했는데 이 중 54개의 제품이 지난 26일 출시됐다. 프리뷰 행사에서 선보인 10개 제품 중 약 2개가 실제 상품으로 이어진 셈이다.

야세가 무신사 ‘25 SS 프리뷰’ 행사에 선보인 신제품. 야세는 남성용 더비 슈즈를 주력으로 하는 브랜드다. 김벼리 기자

시즌 프리뷰 행사에 참여한 브랜드사들은 이색적이고 실험적인 제품들을 여럿 선보였다. 소비자의 반응을 떠본 뒤 상품화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큰 부담 없이 그동안 하지 못한 시도를 할 수 있다.

패션업계에서는 일정 수준 이상으로 성장한 중소 브랜드가 현실에 안주하며 주력 상품군만을 지속적으로 내놓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K-패션 시장에서 독창적인 디자인의 제품이 줄어들고, 생태계 전반의 활력은 약해진다. 무신사는 시즌 프리뷰 행사를 통해 입점 브랜드가 다양한 디자인에 도전하고 스스로 선별해 보다 적중률 높은 생산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날 행사장에는 펜필드뿐만 아니라 남성용 ‘더비 슈즈’를 만드는 야세(YASE)가 망사 형태의 여성용 플랫슈즈를 선보였다. 실용적인 가방을 주력으로 만드는 네이키드니스(NEIKIDNIS) 또한 속이 다 비치는 망사 형태의 여러 가방 제품을 선보였다. 패션업계에 종사하는 30대 김모 씨는 “인사이트를 많이 얻었다”고 말했다.

특히 무신사는 올해 처음으로 해외 편집숍 바이어(구매자)를 초청해 신제품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지원했다. 전날 같은 장소에서 개최한 ‘비즈니스 쇼룸’에는 일본 편집숍 등 해외 40여 개 기업의 바이어 7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바이어들은 “이번 무신사 시즌 프리뷰에서 만난 K-패션을 통해 자유로운 개성을 느낄 수 있었다”, “일본에서도 충분히 성공 가능성이 있으며 현지 브랜드와 협업 같은 행사도 진행해보고 싶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무신사 관계자는 “무신사는 글로벌 사업을 전담하는 ‘무신사 글로벌’을 중심으로 입점 브랜드의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이번 행사에서도 그간 구축해 둔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해외 진출 수주회’를 겸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무신사 ‘25 SS 시즌 프리뷰’ 행사장에 지난 2월 ‘24 FW 시즌 프리뷰’ 행사를 통해 출시된 제품들이 진열돼있다. 김벼리 기자
kimsta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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