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중동전 기조 바이든과 정반대
‘NATO 재평가·기후조약 재탈퇴’ 공약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귀환으로 국제정세가 요동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6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진과 함께 ‘축하합니다! 트럼프, 이스라엘을 위대하게 만듭니다’라고 적힌 광고판이 게재돼 있다. [AP] |
5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하면서 국제정세의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유세 기간 내내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넘어 ‘미국 유일(America Only)’ 본색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조 바이든 정부까지 이어져 내려온 자유 민주주의 진영 내 미국의 동맹 중시 기조는 거래 중심의 관계로 변화가 예상된다. 국제사회의 첨예한 이슈에 대한 갈등이 더욱 증폭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다.
▶ ‘두개의 전쟁’ 끝이 아니라 더 대범해질수도=무엇보다 유럽과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두개의 전쟁’ 정책이 180도 바뀔 수 있다. 트럼프가 우크라이나에는 종전을 압박하면서 이스라엘에는 일방적인 지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이스라엘에 인도적 휴전을 압박해온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트럼프는 유세기간 자신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사이가 좋다”며 “당선되면 24시간 내에 러시아와 타협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언해 왔다. 반면 우크라이나에는 러시아의 요구를 수용하고 이를 거부할 경우 무기 및 재정지원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중동정책에서 트럼프는 이스라엘을 일방적으로 지지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당선되기 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가자지구 하마스와 레바논 헤즈볼라 공세에 지지를 표명한 바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의 당선 직후 “역사상 가장 위대한 복귀”라고 축하인사를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스라엘이 중동전쟁 확대에 대담해질 수 있다”며 “트럼프는 이스라엘-가자 전쟁 종식을 촉구했지만 전쟁 종식으로 가는 길을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특유의 ‘예측불가’ 성향도 관건이다. 외교 정책에서 트럼프 지지자들은 그의 ‘예측 불가능성’을 특징으로 꼽으며 나쁜 행위자들을 막고 국제사회의 최대 난제에 진전을 이룰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WP는 트럼프가 오랜 미국 외교정책을 뒤집고, 인권 침해를 묵살하고 독재자에와 가까이 지낸 과거를 상기하며 일부 지도자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전했다.
▶對중국 공세 강화...글로벌 무역전쟁 악순환 우려=트럼프 당선인의 공약인 고율관세에 따라 글로벌 무역전쟁이 1기보다 더 심화할 것이란 우려도 높다. 트럼프 당선인은 외국산 수입품 전반에 10~20% 관세,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는 60% 고율 관세를 부과를 공언한 상태다.
루이스 데긴도스 유럽중앙은행(ECB) 부총재는 6일(현지시간) “트럼프 당선인이 공약대로 보편관세를 도입할 경우 무역전쟁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미중관계 앞날은 가시밭길이 될 전망이다. WP는 트럼프의 고율 관세에 대해 "경제학자들은 세계경제에 엄청난 혼란을 가져올 수 있으며 트럼프 첫 임기 동안의 무역전쟁을 훨씬 능가할 수 있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피터슨국제연구소에 따르면, 트럼프의 이같은 계획은 수입물가를 끌어올려 미국 가정에 연 2600달러 이상의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
▶NATO·기후협정 탈퇴 가능성 고조=트럼프 재집권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기후협정 탈퇴 가능성도 제기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첫 임기 때 유럽의 ‘저조한’ 방위비 지출을 문제 삼아 나토 탈퇴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갈등을 빚었다. 트럼프는 대선 캠페인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NATO의 목적과 임무를 근본적으로 재평가하고자 한다”며 탈퇴 가능성을 내비쳤다. 또 유세기간에는 “돈을 내지 않는” 국가는 보호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원하는 마음대로 하라”고 러시아를 부추길 수 있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에 마르크 뤼터 NATO 사무총장은 6일 오전 도널드 트럼프 미 전 대통령의 재집권이 유력해지자 신속히 축하인사를 보내며 “그의 리더십은 다시 한번 우리의 동맹을 강하게 유지하는 데 핵심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나토를 통해 협력하면 억제력과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된다”며 “현재는 나토 회원국들의 3분의 2가 국내총생산(GDP)의 최소 2% 이상을 지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적인 기후변화 대처 노력도 중단될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은 트럼프는 1기 행정부 당시 파리 기후협약에서 탈퇴했으나 2020년 바이든 정부가 출범하며 재가입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이번 대선 공약에 따라 파리 기후협약 재탈퇴는 기정사실화 됐다. 영향력 있는 기후변화 웹사이트 ‘카본 브리프’의 사이몬 에반 부편집장은 영국 BBC방송에 “트럼프가 재집권할 경우 미국이 국제기후 약속을 지킬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우려했다.
천예선 기자
che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