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의 기다림의 결실이었다. ‘황금어장-무릎팍도사(MBC)’를 방문한 조영남은 대중문화계를 대표하는 기인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누구 앞에서도 결코 주눅들지 않은 자신감이 그의 주무기였다. 그럼에도 소박하고 엉뚱한 아이같은 조영남의 순수한 모습에 그것은 결코 ‘잘난 척’으로 보이지 않았다. 조영남이 들고 나온 ‘겸손하기 힘들다’는 고민이 ‘고민 아닌 고민’이라는 반증이었다.
최고의 전성기에 만났다 13년간의 결혼생활을 화려하게 마감한 배우 윤여정에 대한 이야기는 이날 방송에서 감초처럼 살포시 새어나왔다. 윤여정의 ‘무릎팍도사’ 출연분을 보고 열등감을 느껴 출연을 망설였다는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그런 조영남이 ‘무릎팍도사’를 찾은 것은 최근 ‘세시봉 특집’의 방송들이 인기를 끌며 자신감을 찾았다는 것.
이날 조영남은 한양대 재학 시절 고 김연준 한양대 전 총장과의 인연을 털어놓기도 했고, 약혼자가 있는 여성과의 부적절한 관계 때문에 한양대를 자퇴했던 사연도 공개했다.
이 같은 이야기보다 이날 방송에서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딜라일라’를 열창하는 조영남이었다. 이는 1969년 무대 위에서 상의를 탈의한 채 이 노래를 부르던 것을 재연하는 것이었다.
흡인력있는 조영남의 목소리는 ‘무릎팍도사’의 작은 방 안을 가득 메우며 특유의 아우라를 뿜어냈다. 강호동은 두 손을 모은 채 조영남의 노래에 열중했고, 이내 탄성을 흘려보냈다. 강호동의 반응처럼 압권인 무대였다. 노래를 마치자 조영남은 이내 괴짜다운 모습을 드러내며 “당시로서는 정말 파격적인 무대였다”면서 “지금 한 것과 똑같다. 안경만 안 썼다. 대단한 무대였다”고 자평했다.
조영남이 출연했으니 세시봉 당시의 이야기도 빠질 수 없었다. 강호동은 세시봉 시절의 이야기를 꺼내며 “왜 세시봉에는 여자 멤버가 없냐”는 질문을 던졌고 이에 조영남은 “없었던 것은 아닌데 우리를 상대할 만한 여자들이 없었다”고 당당히 말해 눈길을 끌었다. 세시봉을 말하며 윤여정에 대한 이야기가 빠질리 없었다. 조영남과 윤여정의 만남 역시 세시봉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조영남은 말을 아끼며 “다음 기회에 이야기하자”고 한 발을 내뺐다. 그 이유는 지인들의 충고 때문이었다. 그 충고는 바로 ‘사람들이 제발 나가서 여자 얘기 하지 말라고 했다는 것’으로 조영남의 솔직한 답변에 ‘무릎팍도사’는 이내 웃음바다가 됐다.
조영남이 출연한 ‘무릎팍도사’는 돌아오는 23일 깊고 진솔한 이야기로 한 번 더 시청자들과 만난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이때부터 시작이다.
<고승희 기자@seunghee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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