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1절 오후 경북 울릉군 울릉읍 독도리 30번지. 비를 뚫고 애국가와 아리랑이 울려퍼졌고 동해의 바닷바람을 탄 태극기는 기세 좋게 휘날렸다. 힘차고 구성진 목소리의 주인공은 가수 김장훈이었다.
선착장에 설치된 간이 무대는 좁고 음향시설은 열악했지만 가수 김장훈과 독도경비대원, 민간외교단체 ‘반크’ 회원, 대학생자원봉사단체가 어우러진 300여명의 함성은 오랜 세월 풍랑을 견뎌온 독도만큼이나 굳건했다.
김장훈이 지난 3월 1일 독도에서 신명 나는 공연을 펼쳤다. 이곳에서 대중가수의 공식적인 공연으로는 ‘1호’다. 김장훈이 한국 홍보전문가인 서경덕 성신여대 객원교수와 함께 기획한 행사로 지난해부터 서울과 부산 등지에서 열고 있는 ‘독도 페스티벌’ 전국 순회 공연의 일환이었다. 3ㆍ1절을 맞아 드디어 독도에 상륙한 것.
이날 오후 김장훈은 독도에 내려 서경덕 교수와 포옹을 한 뒤 무릎을 꿇고 감격에 겨워 “만세”를 외쳤다. 그만큼 독도에 가기까지가 쉽지 않았다. 지난 3개월간 김장훈과 서 교수가 동분서주하며 직접 울릉군과 항만청, 독도경비대, 해양경찰청의 협조를 구했고, 독도행 배까지 섭외했다. 하지만 28일로 예정됐던 입도는 풍랑과 일기로 하루가 연기됐고, 이날 공연 직전에야 가까스로 섬에 올랐다.
애국가 4절 완창으로 시작된 공연은 김장훈의 히트곡인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쇼’ ‘오페라’ ‘난 남자다’ ‘나와 같다면’의 열창으로 이어졌다. 사물놀이의 신명 나는 장단과 판소리가 흥을 돋웠고, 김장훈은 트레이드마크인 ‘발차기’로 분위기를 달궜다.
김장훈은 “첫곡이 애국가였으니 엔딩곡은 이 곡이어야 한다”며 마지막으로 아리랑을 불렀고, 역사적인 독도의 첫 콘서트는 막을 내렸다. 김장훈과 서경덕 교수는 지난 2008년부터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신문에 독도, 동해 등을 알리는 광고를 게재해오고 있다. 지난달 22일에도 뉴욕타임스에 제주도, 울릉도, 독도 등 주요 섬을 알리는 한국 관광 홍보 광고를 내 화제가 됐다.
김장훈과 서 교수는 독도 페스티벌을 내년부터 동해안 일대와 독도를 무대로 한 ‘이스트 시 인 코리아 (East Sea In Korea) 페스티벌’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