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달 15일 “이번에도 동계올림픽을 유치하지 못하면 국가의 수치”라고 말한 바 있다.
장관의 말에 따르면, 강원도민이나 유치위 관계자들은 이제 옥쇄의 각오로 뮌헨과 안시를 물리치고 2018년 동계올림픽을 평창에 유치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만고의 역적이 될지도 모르니 말이다.
2010년, 2014년 두 차례 유치 도전에 실패했던 평창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인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전에 한창이다. 일방적으로 패했다면 세 번째 도전은 없었을지도 모르지만, 두 차례 모두 3, 4표차로 아쉽게 고배를 들었던 평창이기에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었다. 다행히 현지 실사 결과는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과연 보름간의 올림픽이 강원도, 나아가 한국의 많은 것을 바꿔줄 ‘도깨비 방망이’일까. 이는 동의하기 어렵다.
국내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린다면 평창이 최적지일지 모른다. 그러나 전 세계로 시선을 돌린다면 객관적으로 최고의 개최지라고 하기 어렵다. 정ㆍ재계의 엄청난 노력으로 유명 경쟁지를 제치고 2등을 두 번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후유증도 크다.
지난 8년여(2003년 열린 2010 동계올림픽 유치 결정을 기준으로) 동안 강원도 평창 인근의 부동산 가격은 오를 대로 올랐다. 선수촌을 비롯해 베이스캠프가 될 알펜시아 리조트는 강원도의 재정을 압박하는 부메랑이 되고 있다. 1조6800여억원이 투입된 알펜시아 리조트는 돈 먹는 하마로 둔갑해버렸다. 강원도의 1년 예산이 2조원가량이니 그 규모를 짐작할 만하다. 강원도는 대부분 빚으로 이 자금을 조달했다. 알펜시아 리조트를 건설할 당시 계획은, 이를 분양해 건설비를 충당하려는 것이었으나 1채에 20억원을 호가하는 강원도 산골의 별장을 사려는 수요는 거의 없었고 당연히 분양실적도 저조하다.
그뿐만이 아니다. 어쩌면 단 한번이 될지도 모를 올림픽을 위해 지어질 경기장들은 올림픽 이후 골칫거리가 된다. 우리는 이미 2002년 쓰디쓴 경험을 한 바 있다. 한ㆍ일 월드컵을 유치하면서 10개의 월드컵 경기장을 지었지만, 수익을 내는 곳은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단 1곳뿐이다. 대도시라 접근성도 좋고 연간 20여 차례의 경기와 많은 부대행사가 열리는 축구장이 이럴진대, 첩첩산중에 지어질 경기장들의 미래가 어떨지는 불 보듯 뻔하다. 연간 수십억원의 유지관리비가 텅빈 경기장에 쏟아부어질 수밖에 없다.
올림픽 유치를 반대하자는 게 아니다. 왜 올림픽 유치로 인한 경제성과 지역발전에 끼칠 실질적인 이해득실에 대한 객관적이고 냉정한 판단을 하는 과정이 생략돼야 하느냐는 것이다. 유치를 하더라도 저비용-고효율을 추구하고, 대회 이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지 않느냐는 것이다. 올림픽 유치가 정권의 업적으로 치부되던 시절은 지났다. 매번 ‘경제유발효과 수십조원’이라는 뜬구름 같은 수치로 포장하지 말자. ‘올림픽 유치 실패가 수치’가 아니다. ‘올림픽 하고 보자는 발상이 수치’다.